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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출판사에게

독자 리뷰 릴레이 ⑤ 김주미 님 <기묘나의 방으로 놀러가기!>


독자 리뷰 릴레이 ⑤ 김주미 님 <기묘나의 방으로 놀러가기!>

밝은 눈을 가진 독자님들을 섭외해 《내 방구같은 만화》의 리뷰를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감동의 리뷰들,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리뷰 릴레이 다섯 번째 주인공은 독립 다큐멘터리 창작 공동체 '오지필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주미 님입니다. 방구만화 속에서 발견한 스스로의 모습을 솔직담백한 문장으로 고백한 김주미 님의 리뷰,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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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나의 방으로 놀러가기! <내 방구같은 만화>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극본 공부를 하기 위해 고향 구미로 돌아갔다. 

그 후 2년 가까이 버거킹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서울에서 극본 수업을 들었다. 아르바이트와 연수원이 전부였던 나날들. 아이러니하게도 꿈을 위해 가장 계획적으로 움직였던 시기인데도, 나에겐 불안과 우울함이 가득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평범했던 어느날에 감정이 폭발했다. 언제나처럼 부엌에서 설거지를 했다. 그렇게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어느 순간, 나는 갑자기 고무장갑을 벗어 바닥에 패대기쳤다. 악 소리도 질렀다. 고무장갑 위를 미끄러져 바닥으로 스멀스멀 기어가는 거품을 멍하니 쳐다보다, 발을 동동거리며 울고 말았다. 그날 밤, 나는 부모님의 집을 떠나겠단 다짐을 했다. 나는 ‘탈출’이란 단어를 다이어리에 쓰고 또 썼다. 슬픔과 분노를 넘치게 담아서.


호랑이 친구들에게 책을 받은 날, 늦은 새벽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책의 모든 에피소드에서 여러명의 '나'를 떠올렸다.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울다 패대기쳤던 고무장갑을 주워들던 나, 벌개진 눈으로 초조하게 타자를 두들기며 중얼대던 나, 돈을 던지는 손님 앞에서도 헤벌쭉 웃고 있던 나, 부산으로 도망 와서도 방바닥에 껌처럼 들러붙어버렸던 나, 뜻없이 하는 소리에도 상처받아 쪼그라들던 나. 온갖종류?의 찌질하고 초라하던 내가 기묘나가 마련한 방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방구같은 만화>는 기묘나 작가의 용기와 솔직함이 그득한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드러내는 작업을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건 때로 스스로를 발가벗기는 일이고, 어느 드라마속 대사처럼 머리를 길 한복판에 내놓고 자야하는 기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책 속의 기묘나는 어떤 '척'도 하지 않는다.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림과 직접 손글씨로 쓴 대사들은 작가가 겪어낸 일상 속 투쟁(이라 표현하고 싶다.)을 독자에게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힘을 지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그녀가 마련해 둔 방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를 다독이고 치유하는 방을 발견하고야 만다. 내 경우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 하지만 기묘나 작가의 여러 방 중에 문을 두드리고 싶은 방 하나쯤은 있을거다. 어느 부분에서든지 과거, 혹은 현재의 내 기억 한 조각이 떠오를 그 순간에!


내가 활동하는 오지필름의 일개감독이 늘 하는 말이 있다. '크레딧을 올린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엄청 크다!'고. 작업자로서 기묘나 작가는 중요한 크레딧 하나를 올렸다는 생각이 든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작업자의 입장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기분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내 방구같은 만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는 작업을 해내고야 만 기묘나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어떤 이야기든 기묘나스러운 작업을 해왔던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도 시원하게 털어놓았으니,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묘나 작가와 호랑이 출판사를 응원하며, <내 방구 같은 만화>속을 나선다. 이제 내 방과 내 작업을 둘러본다. 우선은 짧은 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널려있는 방을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지. 그리고 또 다시 흔들리고 불안하고 우울한 어느 날에는 기묘나의 방으로 놀러가련다! (진짜 기묘나 작가 집에도 초대해 달라고 해야겠다. 두두도 보고싶고.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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