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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출판사에게

독자 리뷰 릴레이 ⑥ 변정희 님 <#이것이_여성의_자취생활이다>


독자 리뷰 릴레이 ⑥ 변정희 님 <#이것이_여성의_자취생활이다>

밝은 눈을 가진 독자님을 섭외해 《내 방구같은 만화》의 리뷰를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감동의 리뷰들,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 리뷰가 되었는데요. 이번 주자는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열혈(?) 상담소장 변정희 님입니다. 오래 참다 뀐 방구처럼 시원-유쾌한 리뷰,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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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_여성의_자취생활이다

 

맨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생각은 양장본이다!’ , 글쎄, 자기 만화에 방구 같다는 이름을 붙여놓고선 양장본이다.(이 쓸데없는 고퀄리티!) 기묘나 작가의 기묘한 첫 번째 만화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방구같은제목의 만화가 양장본으로 태어날 때부터 모종의 히트를 예감하긴 했지만 책을 다 덮고 나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이 퍽 흐뭇하다.


만화책의 매력적인 제목은 입 안에 사탕처럼 계속 맴돈다. 방구라니...... 쓸데없기로 치자면 방구만한 게 있을까? 세상에, 거름으로도 쓸 데가 없다! 내 몸 어딘가에서 이토록 잉여로운 것이 생산되고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말처럼, 참다 뀌는 방귀만큼 시원한 게 또 있을까. 내 몸 안에 쌓이고 쌓였던 잉여로움을 마음껏 펼쳐놓는 시원함!


이 만화는 그토록 잉여로운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였다. ‘의 하루는 독립과 주거와 노동과 일상 뭐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다. 나는 금세 우울에 빠지고, 시종일관 무기력하다가도 작은 일에 웃음이 터진다. 마음은 공허한데 배는 부르고, 애써서 나만의 공간을 찾아 헤매지만 누워서 지내는 것이 대부분인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한편으로 이 만화는 방구같은 만화이기도 하지만 방을 구하는 만화이기도 하다. ‘불안한 방에서, ‘미지의 방에서 낯선 방으로 건너가는 나의 방 구하기는 말 그대로 험난함의 연속이다. 어두운 것이라면 그림자조차도 딛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햇볕에 내 마음을 뽀송뽀송 말릴 수 있는 밝고 환한 방을 찾아다니지만 현실은 나를 자꾸 검은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것이_여성의_자취방이다라는 태그가 SNS에서 생겨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혼자 자취하며 살아간다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의 생계와 주거도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더해 여성이 마주해야만 하는 불안과 공포는 오히려 분노가 치밀 정도다.


작가는 만화의 어느 대목에선가 나는 이 상황을 만화로 그려서 그럭저럭 살아보려 한다.”고 말하는데, 그 표현이 생각지 못한 위로로 다가온다. 그것이 잉여를 생산하는 것이든, 방구를 뀌는 것이든, 꿈틀거리는 것이든, 스케치북을 휘갈기는 것이든, 어쨌든 무언가 하려는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쉼 없이 여자로 호출되는 사회, 약자와 작고 연약한 것들에만 큰소리를 내는 사회앞에 는 분통이 터져 씩씩거리기만 하다가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작은 싸움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아씨’, ‘시바’, ‘빠가야로등등 내가 아는 온갖 욕을 내뱉으며 시바신을 강림시키다가도, “우짜지 이제 우리?” 하고 서로를 마주보는 날들. 그러다가도 “‘그러든가 말든가!’라는 정신! 애티튜드(Attitude)! (Yeah)!“를 외쳐보는 패기! (주인공의 그런 소심한 패기가 너무 사랑스럽다.)


책에는 냄새가 없지만 어느새 두 손가락을 콧구멍에 찔러넣으며 킥킥대며 만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나도 어느새 <내 방구같은 만화> 옆에 오늘도 고단한 하루를 뉘어놓는다.

 

. 노래짓고부르는 이내의 <착해질게요>BGM으로 깔고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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