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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출판사 소식

『세월호 생각』by 주영

 『세월호 생각』 
 by 주영

 지난해 호랑이출판사는 『세월호 생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저마다 마음속에 자리한 생각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사고가 참사로 바뀌었던 지난해 5월, 우리(호랑이출판사 동료 H와 나)는 지인들에게 책의 기획 취지를 밝히고 자유 주제/형식의 기고를 청했다. 제안을 받은 분들 대부분이 응해 주신 덕에 7월께 책이 완성되었다.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세월호 참사에 관한 책이 나오기엔 좀 이르지 않나', '자유 형식, 자유 주제의 기고로 '책다운' 구성이 되겠느냐'는 걱정의 시선이 있었다. 우리 자신에게도 '이 책을 잘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두 열아홉 사람의 글과 그림을 모아 이 책을 만들게 된 것은, 작은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없었고 의혹들은 계속해서 제기되었다. 내게도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스며들었다. 이 사태를 변화시킬 능력도, 팽목항으로 찾아가 희생자 가족 분들에게 위로를 건넬 용기도 없다는 생각에 자책을 느꼈다. 그러던 중 SNS를 통해 ‘세월호를 지켜보며 느낀 것을 말과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작은 음악가들'을 보았다. 반드시 크고 직접적인 행동이 아니어도 마음을 담은 실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스스로를 무력감이나 자책 속에 두는 대신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담아 책을 만들자. 『세월호 생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응원합니다!”, "함께 할 수 있게 제안해 주어 고마워요", “화이팅!"
 지인들은 수줍게 건넨 우리의 제안에 기쁘게 응답해 주었다. 함께 하기로 한 것만으로 이렇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니. 몇 주 후 그들이 보내온 글과 그림을 읽으면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무력감과 자책 속에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나를 포함한 그들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런 마음이 지속되었던 건 아니었다.

 출간 후 『세월호 생각』은 판매되거나 기증되는 형태로 약 400부 가까이 소진되었다. 책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을 만나 인연을 맺기도 하고 많은 분들 앞에서 책에 관해 발표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약 일 년의 시간동안 우리가 주로 접한 것은 사고에 관해 밝혀진 진실보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고초와 수모를 겪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작은 행동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었지만, 나와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이 참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어려워하고 있었다. 책임감, 미안한 마음 혹은 부끄러운 마음들. 다시 자책이 들었다. 책을 만들 때의 그 마음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싱클레어 에디터 강군님으로부터 『세월호 생각』에 대한 한 페이지를 제안 받았을 때도 많이 망설여졌다. 이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제 페친 C선생님께서 우편으로 보내주신 노란리본 뱃지를 받았다. 그분은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노란리본 물품들을 무료로 보내주고 계신다. 선생님의 글 '우리, 가만히 있지 말아요'를 읽으며, 그리고 내 가방에 새로 붙인 노란리본을 보면서 나는 다시 생각했다. 『세월호 생각』을 기획하던 그 마음처럼, 자책을 느끼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그리고 이렇게 자책과 용기를 오가며 왔다갔다 하는 내 마음이라도 솔직하게 글로 옮기고, 응원하자고.

 나는 우선 남아있는 『세월호 생각』 100부 가량을 열심히 팔아볼 참이다. 그래서 마지막은 (싱클레어에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지난 53호에 이어 다시 광고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열심히 만들었어요. 구입해주시고 주변에 선물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세월호 생각』 / 82page / 4,000원 / 무료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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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 http://tigerbooks.tistory.com/5
책을 구입하시는 방법 http://tigerbooks.tistory.co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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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 55호에 실릴 예정인 짧은 글이에요.
아직 55호가 발간되기 전이지만
다가오는 1주기를 앞두고 마음을 나누고자 이곳에도 올립니다.